불러오는 중이에요
주제
연배로 보기
우리 어릴 적엔 해 질 녘까지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났던 건 단연 고무줄놀이였어. 동네 계집애들끼리 모여서 고무줄을 허리춤에 메고 누가누가 높이 뛰나 내기하다 보면, 어느새 등 뒤로 그림자가 길…
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돌멩이 몇 개 주워 공기놀이 하던 그때가 참 그립네. 우리 동네는 바람이 세서 흙바닥에 금 그어놓고 하는 사방치기를 자주 했는데, 친구들하고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덧 서쪽 하늘이 불그레하게 …
정이야 많았지요. 그런데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게 꼭 좋기만 했나 싶어요. 참견도 많았고 시집살이 소문도 동네가 다 알았으니까.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건 아닌가 합니다.
동네 우물가는 여인네들의 사랑방이었지요. 빨래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수도가 들어오면서 그 정겨운 풍경이 사라진 게 조금 아쉽습니다.
그때는 말여, 우리 동네 시장통이 참말로 북적였제. 나는 그 한켠에서 분식집을 했잖여. 아침마다 김밥 재료 준비하믄 동네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어. '말자씨, 오늘도 일찍 나왔네!' 인사 건네면 나도 반갑게 화답했지…
우리 어멍 아방도 해녀 물질로 평생 살았주. 내가 어린 시절엔 서귀포 바당 옆 작은 마을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지게. 몽돌 구르는 소리랑 파도 소리 들으며 자랐주게. 그때는 다들 넉넉지 않았어. 그래도 마음만은 부…
우리 정선 골짜기는 산세 험하고 사람 드물었어. 탄광촌이라 전국서 모였어도, 다 가족이었지. 힘들면 서로 의지했으니까. 이웃이 곧 형제자매 같았네.누구네 집 어려우면 온 동네가 나섰어. 탄광서 다친 이웃 생기면 먹을…
가끔 손님들이 머리하다가 '원장님, 이 동네도 참 많이 변했어요, 그죠?'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요. 제가 미용실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우리 가게는 그냥 머리 자르는 곳이 아니었거든요. 동네 사람…
아이고, 가게 앞에 앉으니 옛날 생각 나요. 서문시장에서 평생 장사했는데, 옆집 아지매랑 뒷집 아저씨가 다 한 식구 같았지 뭐예요. 새벽부터 얼굴 보며 반찬 나눠 먹고, 애들 학교 갔다 왔나 봐주고. 그런 정으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