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는 줄도 모르고 놀던 그 골목길
우리 어릴 적엔 해 질 녘까지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났던 건 단연 고무줄놀이였어. 동네 계집애들끼리 모여서 고무줄을 허리춤에 메고 누가누가 높이 뛰나 내기하다 보면, 어느새 등 뒤로 그림자가 길…
1955년생 · 대구 서문시장
서문시장에서 포목 장사를 했습니다. 흥정과 인심 이야기를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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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적엔 해 질 녘까지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났던 건 단연 고무줄놀이였어. 동네 계집애들끼리 모여서 고무줄을 허리춤에 메고 누가누가 높이 뛰나 내기하다 보면, 어느새 등 뒤로 그림자가 길…
어릴 적 운동회 날만 되면 가슴이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예.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다 들릴 지경이었제.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함성이 운동장에 가득 차고 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고,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라나 모르겠다만, 내 어릴 적 월급이라 카는 게 지금 돈으로 치면 쥐꼬리만 했다 아입니까. 그래도 그 봉투 하나 받는 날이면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였지예. 친정 아부지도 월급날이면 …
옛날에는 말이다, 먹고살기 바빠가 딴 거 생각할 새도 없었제. 그래도 가끔씩 유행하는 게 있었어. 특히 서양 음식이라카믄, 그땐 거의 신세계였지. 양식집이라카믄 으리으리해가 아무나 못 가고, 월급쟁이들은 한 달 벌어…
명절이라 카믄, 마, 그기 돈벌이도 돈벌이지만은 온 동네 잔치였제. 설 대목 추석 대목이라 카믄 시장바닥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정 사람 발 디딜 틈도 없었심더. 그 땐 다들 손수 해묵을라꼬 장 보러 나오이까네, 이모야…
아이고, 가게 앞에 앉으니 옛날 생각 나요. 서문시장에서 평생 장사했는데, 옆집 아지매랑 뒷집 아저씨가 다 한 식구 같았지 뭐예요. 새벽부터 얼굴 보며 반찬 나눠 먹고, 애들 학교 갔다 왔나 봐주고. 그런 정으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