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의 약속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온 세상이 하얗더구먼. 탄광에 다닐 적에는 눈이 오면 지붕 무너질까 걱정부터 앞섰는데, 이제 늙으니 그저 마음만 포근해져.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젊은 날, 찬 바람 맞아…
1941년생 · 강원 정선
정선 탄광촌에서 반평생을 보냈습니다. 고단했지만 자부심 있는 시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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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온 세상이 하얗더구먼. 탄광에 다닐 적에는 눈이 오면 지붕 무너질까 걱정부터 앞섰는데, 이제 늙으니 그저 마음만 포근해져.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젊은 날, 찬 바람 맞아…
암만, 그 냄새를 우찌 잊겠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던 젊은 날, 골짝 마을 동네마다 해 질 녘이면 어김없이 매콤한 연탄가스 냄새가 진동을 했지비. 탄광에서 일 마치고 시커먼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마누라가 …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구만. 열차 창밖으로 첩첩산중 내 고향 정선 풍경이 느릿느릿 지나가던 그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해. 기적 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까만 연기를 뿜어내던 완행열차였지. 덜컹거리는 객차 안에서 친구들하고 삶…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구만유. 내가 어릴 적 국민학교 다닐 적에는 가방마다 양은 벤도시락이 하나씩 들어 있었어유. 갱스토브 난로 위에 도시락을 까르륵 쌓아두고 점심때만 기다렸지라. 수업 시간에 은근히 풍겨오는 냄새가 …
요즘 세상에 소독차 보기가 참 힘들지. 내가 어릴 적엔 동네 골목마다 하얀 연기를 푹푹 내뿜으며 지나가는 소독차가 참 신기했어. 그 연기 뒤로 온 동네 코 흘리개 아이들이 악을 쓰며 따라붙었잖아. 나도 그 꽁무니를 …
명절만 되면 굵어진 손마디로 송편을 빚던 생각이 난다. 젊은 날 캄캄한 탄광에서 매일같이 석탄을 캐며 살던 내게, 가족들과 마주 앉아 빚는 송편 모양은 참 별나고 투박하기도 했다. 내가 빚으면 죄다 울퉁불퉁 찌그러졌…
날이 쩍쩍 갈라질라치면 영락없이 탄광 동네는 눈부터 수북이 쌓였어. 젊은 날 그 깊은 갱도에서 온종일 석탄 가루 뒤집어쓰고 일하다 돌아오면, 아랫목에 불룩하게 피워놓은 연탄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지. 구멍 열두…
참 오래전 일인데도 문득 그 시절 교실 벽이 떠오르는구먼. 국민학교 다닐 때 우리 반 교실 앞뒤에는 늘 반듯한 글씨로 쓴 급훈이 붙어 있었지. 땀 흘려 일하자, 뭐 그런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땐 그게 참 무겁게도 느껴…
젊은 날 탄광에서 검은 먼지 뒤집어쓰고 살던 시절, 동무들과 볕 잘 드는 뒷산 골짜기에 숨겨둔 아지트가 있었지. 나무를 얼기설기 엮고 낡은 천막을 덮어 만든 움막이었는데, 그저 우리들만의 작은 세상이었어. 거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