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만년필이 떠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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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이야기를 목소리로 낭독해 드려요.
젊은 시절 교단에 처음 섰을 때 첫 월급으로 샀던 만년필이 하나 있었지. 잉크가 번지는 맛이 좋아 내 분신처럼 아꼈는데, 어느 날인가 교무실에서 깜빡하고 두고 온 뒤로 영영 찾을 길 없더구나. 한동안은 펜만 쥐려 하면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며칠을 끙끙 앓기도 했다네. 사람 마음이 참 묘해서 내 손때 묻은 물건 하나 사라졌을 뿐인데 세상 한구석이 텅 빈 것만 같았어.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펜으로 적어 내려갔던 아이들의 이름과 정성 어린 기록들은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더구나. 물건은 잃어버렸어도 그와 함께 나눴던 따스한 시간만큼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잃어버린 아쉬움을 달래려 억지로 새것을 찾기보다는, 그저 그 빈자리를 비워두고 천천히 잊어가는 법을 배웠다네. 떠난 것은 떠난 대로 두고, 지금 내 앞에 남은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생의 지혜 아니겠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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